노인성 난청은 65세 이상 어르신 4명 중 1명이상, 75세를 넘으면 3명 중 1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노화현상이다. 난청이라고 하면 큰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때로는 작은소리도 정확하게 알아들어 주위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곤 한다.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만난 손자가 한껏 큰 목소리로 말하다 혼잣말로 ‘할아버지랑은 말이 안 통해’ 했는데 이를 들은 할아버지가 섭섭해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가족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를 만들고 마는 노인성 난청, 하지만 ‘대화의 기술’만 익히면 그 거리는 좁혀질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의 특징과 이에 맞는 대화법을 소개한다.

어린이의 말부터 듣기 어려워져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노화현상의 하나로 40대 이후 시작해 50대부터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소리의 강도는 데시벨(dB)로 표시하는데 청력이 정상인 사람은 도서관에서 낮게 속삭이는 소리에 해당하는 20dB 이하까지 잘 들을 수 있다.

20∼45dB 이하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경도난청, 45∼60dB 이하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중도난청으로 분류한다. 노인성 난청은 원인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가장 흔한 것은 감각신경성 난청과 혼합성 난청이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귀의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내이와 청신경의 손상이 원인이고 혼합성 난청은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원인이 혼합돼 나타난다.  

이 유형의 특징은 2kH 이상 고주파 영역의 소리부터 잘 안 들리기 시작한다. 고주파에 해당하는 소리로는 ㅅ, ㅆ, ㅊ, ㅋ, ㅌ, ㅍ, ㅎ 등이 있다. 따라서 ‘사다, 싸다, 하다’와 같은 말을 구분해 듣기 어려워진다.

또한 남성의 저음보다 여성이나 어린이의 고음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들보다 손자의 말을 더 못 알아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위 소음을 없애라

노인성 난청이 있는 어르신과 대화할 때 중요한 것은 큰 목소리보다 부드럽게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 특히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좋다. 말을 잘 못 알아들을 때는 같은 말을 반복하지 말고 다른 단어로 바꿔 이야기한다. 말할 때는 톤을 약간 낮춰서 얘기하되 너무 단조롭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듣는 사람과의 거리는 70㎝∼1m 정도가 적절하고 눈높이를 맞추도록 한다. TV나 라디오 등 주위 소음을 줄이고 직접 대화하는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한다. 한꺼번에 여러 소리가 들리면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명 호소하면 노인성 난청

노인성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청력이 떨어진 것을 본인이 잘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명(耳鳴)은 귀에서 웅웅거리거나 ‘삐∼’하는 소리가 들려 더 쉽게 자각한다. 이명은 외부가 아닌, 몸 안에서 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이다.

따라서 노부모님이 ‘귀에서 소리가 난다’라고 할 때는 때를 놓치지 말고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청력은 순음청력검사, 어음청력검사, 뇌간유발반응청력검사, 전기와우도검사 등을 통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난청이 시작됐다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청기는 착용 즉시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3개월 정도 적응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도난청 이하로 청력이 손실된 경우에는 적응기간이 오래 걸리고 적응에 실패하는 비율도 높아지므로 경도난청 시기에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파이낸셜 뉴스 건강 2010년 9월 12일

도움말=하나이비인후과병원 김희남 박사